한화오션, 한화의 품에 안긴 후, ‘괴물’이 되어 돌아왔다: 구 대우조선해양에서 벌어지는 가장 놀라운 변화 3가지
서론: 독인가, 약인가? M&A의 결과를 뒤바꾼 한화의 한 수
기업 세계에서 인수합병(M&A)은 종종 양날의 검으로 비유된다. 성공하면 눈부신 시너지를 창출하지만, 실패하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도 공멸하는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에 빠지기 때문이다. 특히 수조 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되고도 오랜 기간 표류했던 대우조선해양의 사례는 M&A의 불확실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경우였다.
그런데 2023년, 한화그룹이 이 거대한 함선을 품에 안으며 시장의 모든 우려를 기대감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한화오션’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이 기업은 단순히 생존을 넘어,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거대한 야망의 서막을 열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체질 개선이 아니다. 평범한 ‘선박 제조사’에서 기술과 생산 시스템 자체를 무기로 삼는 ‘복합 해양 솔루션 기업’으로의 근본적인 정체성 전환이다. 지금부터 이 거대한 변신의 핵심 동력인 세 가지 변화를 심층 분석해 보겠다.
1. 상상 초월의 스케일: 60조 원짜리 국가 방산 프로젝트에 뛰어들다
한화오션의 변화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은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도전이다. 이 프로젝트의 총사업비는 향후 수십 년간의 유지·보수(MRO) 비용을 모두 포함해 무려 60조 원에 달하는, 말 그대로 한 국가의 해상 안보 명운을 건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 거대한 수주전은 단순히 기술력 대결을 넘어선 전략적 충돌의 장이다. 경쟁 상대는 잠수함 분야의 전통적 최강자인 독일의 ‘티센크루프(TKMS)’다. TKMS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다수 잠수함을 납품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토 표준과의 호환성’과 ‘오랜 동맹 관계’를 내세운다. 반면 한화오션은 ‘지금 당장 검증된 최고의 성능’과 ‘압도적인 생산 속도’로 맞서고 있다. 이는 오랜 관록과 새로운 성능의 정면 대결 구도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모델은 ‘장보고-Ⅲ’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3600t급 ‘장영실함’이다. 핵심 기술력은 경쟁사를 압도한다.
- 최대 3주간의 잠항 능력: 공기불요추진장치(AIP)에 세계 최고 수준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결합하여,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고 3주 가까이 은밀한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 전략적 타격 능력: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수직발사대(K-VLS)를 장착하여, 단순한 방어 자산을 넘어선 전략 무기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무엇보다 한화오션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검증된 기술력’과 ‘신속한 납기’ 능력이다. 경쟁사의 제안 모델이 아직 건조 중인 것과 달리, 한화오션의 잠수함은 이미 대한민국 해군이 운용하며 성능을 완벽히 입증했다. 캐나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35년 이전 첫 잠수함 인도라는 까다로운 조건에 대해, 한화오션은 이미 동급 잠수함 3척을 건조한 경험을 바탕으로 2035년 이전 4척을 우선 인도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잠수함을 판매하는 계약이 아닙니다. 한 국가의 해상 방위 전체를 책임지는 핵심 파트너가 되겠다는 선언과도 같습니다.
2. 조용한 지배자: 전 세계 초대형 유조선 5척 중 1척은 ‘메이드 인 한화오션’
잠수함과 같은 방산 분야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한화오션의 진짜 저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얼굴이 있다. 바로 상선(商船)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지배력이다.
놀라운 사실 하나는, 현재 전 세계 바다를 누비는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1015척 중 198척이 바로 한화오션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이는 약 **19.5%**라는 경이로운 시장 점유율에 해당한다. 전 세계 바다 위를 항해하는 초대형 유조선 다섯 척 중 한 척은 한화오션의 도크에서 건조되었다는 의미다.
이는 한화오션이 추진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이 얼마나 성공적인지를 보여준다. 방산이라는 특수선 분야와 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VLCC와 같은 고부가가치 상선 분야에서 균형 잡힌 성장을 동시에 이루어내고 있는 것이다. 올해 수주 실적만 봐도 총 32척, 약 9조 2천8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따내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상선 시장에서의 압도적 지배력이야말로 한화오션의 방산 분야 야망을 뒷받침하는 기술적, 경영적 토대다. VLCC와 LNG 운반선 같은 거대하고 복잡한 선박을 완벽하게 건조하며 축적한 역량, 즉 ▲특수강의 고난도 용접 기술 ▲대규모 프로젝트 관리 능력 ▲복잡한 공급망을 통제하는 물류 노하우 ▲최적화된 생산 능력은 그대로 잠수함과 같은 첨단 방산 제품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만들어내는 핵심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3. 미래를 수출하다: 단순 제조업을 넘어 ‘조선소 시스템’을 파는 기업으로
한화오션의 궁극적인 비전은 단순히 ‘배를 만들어 파는 회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는 선박을 만드는 기술과 노하우, 즉 ‘조선소 시스템’ 자체를 수출하는 기술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야심 찬 계획의 중심에는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가 있다.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분 확보를 넘어, 한화오션이 자랑하는 ‘스마트 야드(Smart Yard)’ 기술과 자동화 설비, 선진적인 안전 관리 시스템을 미국 현지 조선소에 그대로 이식하는 것(‘MASGA’ 프로젝트)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기술 수출을 넘어선 고도의 전략적 행보다. 현재 미국 조선업은 노후화된 설비와 숙련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병목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오션은 미국 국방 산업 기반의 부활을 돕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동맹국에 시스템 수준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술 조력자’로서 엄청난 전략적 자산을 쌓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한화오션의 비즈니스 모델이 근본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첫째, 한화오션은 더 이상 단순 선박 제조업체가 아니다.
- 둘째, 첨단 생산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기술 기반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 셋째, 이는 ‘땅, 바다, 우주를 연결하는 허브’가 되겠다는 한화그룹 전체의 거대한 비전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한화그룹 편입 이후 한화오션은 지정학적 불안정성 심화(방산 수요 촉진)와 글로벌 탈탄소 규제 강화(고부가 선박 교체 수요 견인)라는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정밀하게 대응하는 전략적 전환을 실행하고 있다. ‘고부가 가치 선박’과 ‘초격차 방산’을 양대 축으로 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은 단순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넘어, 기업의 미래를 규정하는 결정적인 전략적 전환이다. 불과 2년 전 1조 6천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기업이 이룬 극적인 턴어라운드는 이 새로운 전략의 재무적 기반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전환의 성공 가능성은 최근 실적을 통해 명확히 입증된다. 2025년 3분기 경영 성과는 한화오션의 변화를 보여주는 명백한 지표이다.
- 매출: 3조 234억 원
- 영업이익: 2,898억 원
-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 1032%
본 보고서는 한화오션의 양대 핵심 축인 ‘고부가 선박’ 사업과 ‘초격차 방산’ 사업의 경쟁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내부 기반 강화 노력을 평가한다. 이를 통해 투트랙 전략이 어떻게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하며 기업의 미래 가치를 제고할 것인지 종합적으로 전망하고자 한다.
2. 핵심 성장 동력: ‘고부가 선박’ 사업 경쟁력 심층 분석
한화오션의 성장 전략에서 고부가 가치 선박 사업에 대한 집중은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성장을 통해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는 명확한 의지다. 수익성이 높은 LNG 운반선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함으로써, 변동성이 큰 조선업 시황에 대한 리스크를 완화하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 및 수주 성과 분석
2025년 한화오션의 수주 실적은 고부가 선박 중심의 전략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견고한 수주 잔고는 미래 실적의 가시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술력에 대한 시장의 절대적 신뢰를 재확인하는 지표다.
| 선종 | 수주 척수 | 총 수주액 (추정) | 전략적 의미 |
| 컨테이너선 | 13척 | – | 안정적 물량 확보 및 건조 효율성 극대화 |
| LNG 운반선 | 6척 | – | 에너지 전환 시장의 프리미엄 수익을 확보하고,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주요 에너지 기업과의 장기 계약을 통해 미래 수익원의 리스크를 최소화 |
| VLCC | 12척 | – | 19.5%에 달하는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노후 탱커 선대의 교체 주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고사양 친환경 신조선 시장의 선점 효과 창출 |
| 쇄빙연구선 | 1척 | – | 극지 및 특수 환경 선박 건조 역량 입증을 통한 기술적 해자(Moat) 강화 |
| 합계 | 32척 | 약 9조 2,800억 원 | 고수익 선종 중심의 견고한 수주 잔고를 통한 장기적 수익성 확보 |
특히 LNG 운반선과 VLCC 등 고수익 선종에 집중된 수주 포트폴리오는 수익성 개선을 가속화하는 핵심 엔진으로 기능하고 있다.
VLCC 시장에서의 독보적 위상 평가
한화오션의 시장 지배력은 VLCC 분야에서 특히 압도적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VLCC 1,015척 중 198척을 한화오션이 건조했으며, 이는 약 19.5%에 달하는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이다. 이 수치는 단순한 양적 우위를 넘어, 글로벌 핵심 에너지 운송 시장에서 한화오션의 기술력과 브랜드가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이는 향후 노후 선박 교체 수요 발생 시, 발주처가 한화오션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게 만드는 강력한 경쟁 우위이자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고부가 상선 부문에서의 성공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넘어, 여기서 축적된 첨단 기술과 건조 역량이 방산 부문과의 시너지를 창출하며 다음 성장 동력인 ‘초격차 방산’ 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뒷받침하는 견고한 기반이 되고 있다.
3. 미래 성장 축: ‘초격차 방산’ 사업의 글로벌 확장 전략
한화오션의 방산 사업은 더 이상 상선 부문의 보조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다. 단순 함정 수출을 넘어, 독보적인 기술력과 현지화 전략을 결합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며 기업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했다. 이는 국가 대항전 성격이 강한 방산 시장에서 한화오션의 글로벌 위상을 격상시키는 핵심 전략이다.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 전략 분석
총사업비 60조 원에 달하는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은 한화오션의 방산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증명할 기회다. 한화오션은 경쟁사 대비 명확한 차별적 우위를 바탕으로 수주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 사업 규모: 12척, 총 60조 원 (유지·보수 포함)
- 제안 모델: 장보고-Ⅲ(3600t급) 기반 차세대 잠수함
- 핵심 기술: 공기불요추진장치(AIP), 리튬이온 배터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용 수직발사대(K-VLS) 탑재
한화오션의 제안은 수십 조 원 규모의 국방 조달 사업에서 발주국이 직면하는 가장 큰 두 가지 리스크인 ‘기술적 실패’와 ‘일정 지연’을 동시에 완벽하게 해소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이미 3척의 동급 잠수함을 성공적으로 건조하고 실전 운용하며 검증된 플랫폼(기술 신뢰성)과, 캐나다 정부의 요구 시점인 2035년 이전에 4척을 우선 인도하겠다는 공격적인 납기 제안(납기 경쟁력)의 결합은 타 경쟁사가 모방하기 어려운 강력한 비교 우위다. 여기에 캐나다 최대 건설사 PCL과의 인프라 공동 개발 MOU는 현지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약속으로, 장기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필리핀 시장 공략: 통합 솔루션 제공 전략
한화오션은 필리핀 시장에서도 단순 함정 판매를 넘어선 고차원적인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약 19억 달러 규모로 제안된 방산 패키지는 4000톤급 KSS-III급 잠수함 2척 공급과 더불어, 기지 건설, 정비(MRO), 운용 노하우 및 기술 이전까지 포함하는 **’통합 솔루션’**을 핵심으로 한다. 이는 필리핀 해군의 장기적인 운용 안정성을 보장하고, 양국 간 방산 협력 관계를 단순 구매-판매 관계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효과적인 전략이다.
이와 같은 대규모 글로벌 방산 프로젝트 수주 노력은 한화오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생산 능력 확대와 기술 고도화를 위한 체계적인 투자 및 인프라 확충의 필연성으로 이어진다.
4.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 강화 전략
미래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한화오션의 전략은 단순히 수주 실적을 넘어,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회복력 있고 확장 가능한 글로벌 생산 인프라 구축이라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화그룹 편입 이후 시작된 공격적인 투자, 해외 생산 거점 확보, 그리고 내부 안전 시스템 혁신은 각각 독립된 계획이 아닌, 하나의 통일된 목표를 향한 유기적인 전략 체계다.
공격적 CAPEX 투자: 성장을 위한 재무적 엔진
한화그룹 편입 이후, 한화오션의 설비투자(CAPEX) 기조는 과거의 유지보수 중심에서 ‘신규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로 완전히 전환되었다. 약 1조 5,0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는 미래 생산 인프라 구축의 재무적 엔진 역할을 한다. 이는 단순히 노후 설비를 교체하는 수준을 넘어, 스마트 야드 고도화와 자동화 설비 도입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미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선제적 투자다.
해외 생산거점 확충: 미국 시장 진출의 전략적 교두보
한화그룹이 추진하는 약 5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 투자는 한화오션의 글로벌 생산 역량을 확장하는 전략적 교두보 확보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한화오션은 스마트 야드, 자동화 설비, 그리고 MASGA 프로젝트를 통해 검증된 안전 시스템 등 한국의 선진 조선 기술을 이식하는 기술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노후화된 설비와 인력난으로 한계를 겪는 미국 조선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향후 LNG 운반선 및 함정 블록 공급을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다.
내부 역량 강화: 지속 가능성의 문화적 기반
공격적인 투자와 지정학적 확장은 반드시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생산량 증가에 따른 안전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김희철 대표 주도로 선포된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Re-Set)”**라는 슬로건은 이러한 문화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필수 전략이다. 이는 단순 구호를 넘어, 모든 작업 공정과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여 치명적인 운영 실패를 방지하고, 이를 통해 재무적, 전략적 성과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실질적인 약속이다.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 해외 거점 확보, 내부 시스템 혁신은 한화오션의 투트랙 전략이 시너지를 내며 미래 성장을 이끌어갈 견고한 기반이 될 것이다.
1.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CPSP) 개요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CPSP)는 단순한 해군 장비 조달 사업을 넘어, 향후 반세기 동안 캐나다의 해양 주권, NATO 내에서의 역할, 그리고 분쟁 지역인 북극에서의 영향력을 결정지을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결단이다. 유지·보수 비용을 포함해 총 60조 원에 달하는 이 거대 프로젝트는, 실전에서 검증된 차세대 전략 플랫폼과 NATO 동맹 통합의 전통적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도를 형성하며 글로벌 방산 시장의 철학적 분기점을 제시하고 있다.
본 프로젝트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프로젝트명: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조달 사업 (Canadian Patrol Submarine Project, CPSP)
- 총 사업 규모: 유지·정비(MRO) 비용 포함 약 60조 원
- 도입 규모: 3000톤급 잠수함 12척
- 사업 목표: 기존 빅토리아급 잠수함 교체
- 주요 일정: 입찰제안요청서(RFP) 발송이 완료되었으며, 제안서 제출 기한은 내년 3월 초이다. 최종 사업자 선정은 이르면 내년 중 이루어질 예정이며, 첫 잠수함 인도 목표 시점은 2035년 이전이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8월, 최종 적격 후보로 한국의 한화오션과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를 선정하며 양자 대결 구도를 공식화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잠수함 건조 역량을 보유한 두 기업 간의 정면 대결을 예고한다.
본 보고서는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의 최종 수주 경쟁에 나선 한화오션과 TKMS의 핵심 역량을 기술력, 생산 능력, 현지화 전략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심층적으로 비교 분석하고자 한다.
2. 핵심 경쟁사 프로필
2.1. 한화오션 (Hanwha Ocean – Team Korea)
한화오션은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상선 시장에서의 글로벌 리더십을 바탕으로 방산 분야, 특히 잠수함 건조 및 수출 시장에서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핵심 플레이어다. 대한민국 해군에 잠수함을 성공적으로 인도하며 축적한 기술력과 신뢰성을 기반으로, 이제는 세계 시장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한화오션이 캐나다에 제안한 잠수함 모델의 핵심 기술 사양은 다음과 같다.
- 기반 모델: 장보고-Ⅲ(KSS-III)급 ‘장영실함’ 기반 차세대 모델
- 배수량: 3600t급
- 추진 방식: 디젤전기추진 방식으로, 공기불요추진장치(AIP) 및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
- 작전 능력: 최대 3주간 잠항이 가능하며, 혹독한 환경의 북극 해역에서도 작전 능력을 보유
- 항속 거리: 약 7000해리 (1만 2900㎞)
- 무장: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가 가능한 수직발사대(K-VLS) 탑재
한화오션의 가장 큰 강점은 제안 모델이 이미 실전 검증을 마쳤다는 점이다. 장보고-Ⅲ급 잠수함 3척을 성공적으로 건조하고 대한민국 해군에 인도한 경험은 제안 기술의 신뢰성을 입증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2.2.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 (ThyssenKrupp Marine Systems – TKMS, Germany)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의 대표적인 방산 기업으로, 잠수함 분야의 전통적인 강자로 꼽힌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중심으로 다수의 잠수함을 납품하며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높은 신뢰도는 TKMS의 핵심 자산이다.
TKMS가 제안한 잠수함 모델의 사양과 현황은 다음과 같다.
- 제안 모델: 타입 212CD
- 배수량: 2800t급
- 특이사항: 현재 건조가 진행 중인 모델로, 아직 실물 시찰이 불가능하다. 배수량과 무장 탑재력 측면에서 한화오션이 제안한 모델보다 낮은 사양이다.
TKMS의 핵심 경쟁 우위는 기술적 사양보다는 다수의 NATO 회원국에 잠수함을 공급하며 확보한 ‘체계 호환성’과 ‘나토 표준 연계성’에 있다. 이는 캐나다 해군과의 원활한 통합 운용을 중시하는 측면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두 경쟁사의 프로필을 바탕으로, 지금부터는 각 사의 역량을 기술, 생산, 현지화 등 핵심 항목별로 직접 비교하여 수주 경쟁력을 심층적으로 평가하겠다.
3. 핵심 역량 비교 분석
캐나다 정부의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각 경쟁사가 어떤 역량을 내세우고 있는지를 다각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이번 수주전의 승패를 가늠하는 핵심이다. 기술적 우위뿐만 아니라, 정해진 기한 내에 안정적으로 함정을 인도할 수 있는 생산 능력과 장기적인 운영을 위한 현지 협력 전략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3.1. 기술 및 성능 (Technology and Performance)
두 회사가 제안한 잠수함 모델의 핵심 사양을 직접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 구분 | 한화오션 (장보고-Ⅲ 기반) | TKMS (타입 212CD) |
| 배수량 | 3600t급 | 2800t급 |
| 주요 특징 | AIP, 리튬이온 배터리, SLBM용 K-VLS 탑재 | NATO 표준 기반 체계 호환성 |
| 실전 검증 | 3척 건조 및 운용 경험 보유 (검증 완료) | 현재 건조 중 (검증 미완료) |
위 표는 단순한 기술 격차를 넘어 양측의 작전 철학 차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한화오션의 3600t급 플랫폼과 K-VLS는 캐나다에 진정한 의미의 ‘전략적 억제력’과 광활한 북극해에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력 투사 능력’을 제공한다. 반면, TKMS의 2800t급 타입 212CD는 매우 우수한 성능을 지녔지만 근본적으로 연안 및 지역 방어 자산에 가깝다. 따라서 이 선택은 단순히 잠수함의 크기를 넘어 캐나다가 미래 세계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과 직결된다.
3.2. 생산 및 납기 역량 (Production and Delivery Capability)
캐나다 정부는 2035년 이전 첫 잠수함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어, ‘납기 준수’는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 중 하나이다.
- 한화오션: 캐나다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여 “2035년 이전에 4척을 우선 인도하고, 이후 연간 1척씩 인도해 2043년까지 총 12척을 배치할 수 있다”는 매우 구체적이고 신속한 납기 일정을 제시했다. 이는 이미 검증된 장보고-Ⅲ급 생산 라인과 수천 시간의 운용 데이터를 통해 확보된, 신뢰도 높은 생산 능력에 기반한다. 이는 캐나다 정부 입장에서 프로젝트의 일정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효과를 가진다.
- TKMS: 제안 모델인 타입 212CD가 아직 건조 중인 초도함이라는 사실은 명백하고 불가피한 일정 리스크를 야기한다. 검증되지 않은 신규 플랫폼은 시험 평가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기술적 난제, 비용 초과, 일정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 이는 캐나다 정부가 가장 피하고자 하는 리스크 유형이다.
3.3. 현지 협력 및 MRO 전략 (Local Cooperation and MRO Strategy)
60조 원 규모의 대규모 방산 프로젝트에서 현지 산업과의 협력은 단순한 기술 이전을 넘어, 장기적인 유지·보수(MRO) 생태계를 구축하고 캐나다 경제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 부분에서 한화오션이 보여준 행보는 전략적 탁월함으로 평가된다. 캐나다 최대 건설사인 ‘PCL건설’과 ‘잠수함 관련 인프라 공동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한 것은 결정적인 ‘위험 제거 조치(de-risking maneuver)’이다. 이는 대형 국방 프로젝트의 고질적 실패 요인인 인프라 지연과 현지 업체와의 갈등 소지를 계약 체결 이전에 선제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다. 이러한 접근은 프로젝트 생애주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며, 캐나다 정부에 더 성숙하고 안정적인 제안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3.4. 정부 지원 및 외교 관계 (Government Support and Diplomatic Relations)
한화오션의 이번 수주 활동은 기업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 정상 외교: 대한민국 대통령과 캐나다 총리는 양국 관계를 **’국방·안보 분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선언하며 방산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했다.
- 최고위급 현장 방문: 캐나다 총리가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직접 방문하여 김동관 부회장의 안내로 제안 모델의 기반이 된 ‘장영실함’에 직접 승함한 것은 강력한 정치적 신호이다. 이는 캐나다 정부 최고위층의 직접적인 관여를 의미하며, 평가가 단순한 기술적 요건 충족 여부를 넘어섰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에 반해, TKMS의 경쟁력은 NATO 회원국이라는 독일의 외교적 입지와 오랜 기간 형성된 동맹 내 신뢰도에서 비롯된다. 이는 특히 군사 장비의 상호 운용성과 표준화를 중시하는 NATO 체계 내에서 강력한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4. 종합 평가: 강점 및 약점 분석
앞서 진행된 비교 분석을 종합하면,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서 한화오션과 TKMS는 각기 다른 측면에서 뚜렷한 강점과 극복해야 할 약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1. 한화오션 (Hanwha Ocean)
- 핵심 강점
- 기술적 우위: 배수량, 잠항 능력(AIP, 리튬이온 배터리), 무장(K-VLS) 등 모든 핵심 성능 지표에서 경쟁 모델을 압도하며, 이미 대한민국 해군이 운용하며 실전 검증을 마친 전략적 플랫폼을 제안했다.
- 신속하고 구체적인 납기 능력: 캐나다 정부의 최우선 요구사항인 납기 일정에 대해 2035년 이전 4척 우선 인도라는 명확하고 신뢰성 있는 계획을 제시함으로써 프로젝트의 일정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 선제적인 현지화 전략: 현지 최대 건설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인프라 조기 구축 및 장기적인 MRO 사업 기반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을 제거했다.
-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 양국 정상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선언과 캐나다 총리의 현장 방문 등 강력한 외교적 후원은 사업의 최고위급 추진 의지를 방증한다.
- 극복 과제 (약점)
- NATO 표준 호환성 입증: NATO 회원국이 아닌 국가로서, 제안하는 잠수함의 지휘통제 및 무장 체계가 NATO 표준과 완벽하게 호환되고 상호 운용될 수 있음을 캐나다 측에 명확히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4.2. TKMS
- 핵심 강점
- NATO 공급망 내 검증된 실적: 다수의 NATO 회원국에 잠수함을 공급하며 쌓은 높은 신뢰도와 풍부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 체계 호환성 및 표준 연계성: NATO 표준에 완벽히 부합하는 체계를 제안함으로써, 캐나다 해군과의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
- 명백한 약점
- 기술 사양의 열세: 한화오션이 제안한 모델 대비 작은 배수량과 상대적으로 낮은 성능 사양은 캐나다가 추구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를 제한한다.
- 검증되지 않은 모델: 제안한 ‘타입 212CD’ 잠수함이 아직 건조 중이며, 실물이 공개되지 않아 성능과 안정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 불확실한 납기 일정: 검증된 생산 일정이 없어, 캐나다 정부가 요구하는 신속한 납기 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불가피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5. 종합 평가 및 미래 전망
본 보고서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한화오션의 ‘고부가 선박’과 ‘초격차 방산’ 투트랙 전략은 각 사업 부문의 독자적인 경쟁력 강화는 물론, 상호 보완을 통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고도로 설계된 성장 모델이다. 한화그룹 편입 이후 시작된 공격적인 투자와 내부 혁신은 이를 구체적인 성과로 가시화하고 있다.
시너지 효과와 경쟁 우위: 전략적 ‘기업 헤지(Hedge)’ 구축
투트랙 전략의 가장 강력한 시너지 효과는 변동성이 큰 상선 시장의 리스크를 방산 부문이 상쇄하는 전략적 ‘기업 헤지(Hedge)’ 구조를 창출한다는 점에 있다.
- 장기 계약 기반의 안정적인 방산 부문 수익은 시황에 민감한 상선 부문의 재무적 변동성을 완화하는 완충재 역할을 한다.
- 이렇게 확보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은 무탄소 선박 등 차세대 친환경 기술 개발 및 설비투자를 위한 지속 가능한 재원으로 활용되어 기술적 초격차를 유지하는 선순환을 만든다.
- 함정 건조에 요구되는 고도의 시스템 통합 기술과 상선 부문의 최첨단 친환경 기술이 상호 교류하며 전사적인 기술 경쟁력의 해자(Moat)를 더욱 깊게 구축한다.
미래 성장 가능성 전망
한화오션의 미래 성장 가능성은 분석에 기반하여 매우 긍정적으로 전망된다.
- 견고한 수주 잔고: 고부가 선박 중심으로 확보된 대규모 수주 잔고는 향후 수년간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보장하는 명확한 근거다.
- 대규모 방산 모멘텀: 캐나다, 필리핀 등에서 추진 중인 조 단위 방산 프로젝트 수주 성공 시, 기업 가치는 비선형적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닌다.
- 미국 시장 진출: 한화필리조선소 투자를 통한 미국 시장 진출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함과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하는 전략적 다변화를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한화오션은 명확한 투트랙 전략과 이를 뒷받침하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과거의 부진을 털어내고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고부가 선박 시장에서의 기술 리더십과 방산 분야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화오션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종합 해양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모든 전략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결론: 이제 진짜 시작, 한화오션의 다음 챕터는 무엇일까?
한화그룹에 인수된 이후 한화오션은 평범한 선박 제조사를 넘어 기술과 시스템을 지휘하는 ‘복합 해양 솔루션 기업’으로 경이로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60조 원 규모의 국가 방산 프로젝트에서 핵심 경쟁자로 부상하고, 전 세계 VLCC 시장의 20%를 장악하는 저력을 과시하며, 이제는 조선소 운영 시스템 자체를 수출하는 미래형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 모든 극적인 변화는 한화그룹의 과감한 투자와 흔들림 없는 전략적 방향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22년 1조 6천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기업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재무적 건전성까지 증명한 지금, 이들의 야망에는 한계가 없어 보인다. 과거 부실기업이라는 꼬리표를 완벽하게 떼어내고 글로벌 탑티어 조선·방산 기업으로 질주를 시작한 한화오션, 이들의 다음 행보는 과연 어디를 향하게 될까? 이제 진짜 게임은 시작됐다.

한화시스템 주가와 전망, 방산 성장성과 신사업의 미래 심층 분석